아내 폭력

가정 폭력의 일부 혹은 여성 폭력의 한 형태. 특히 남편에 의한 아내에 대한 폭력을 이르는 말.

여기에서 폭력이란 강간, 성적 학대, 의처증, 남편의 경제적 통제 혹은 무능력, 집요한 협박, 알코올 남용, 시집 갈등, 유기적 성격의 외도, 폭언, 잠을 재우지 않음 따위의 언어적,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성적, 정서적 폭력 등을 포괄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아내에 대한 폭력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용어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가정 폭력, 가족 폭력, 아내 구타, 구타당하는 아내, 학대당하는 아내, 학대당하는 부인, 매 맞는 아내, 아내 학대, 아내 폭행, 부부 폭력, 배우자 학대, 가부장적 테러리즘 등이다.

기본적으로 용어의 선택과 사용은 매우 정치적인 행위이다. ‘아내 폭력’을 어떤 용어로 표현할 것인가는 곧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 가부장제 사회의 ‘안식처로서의 가족’ 관념에 비추어 볼 때 ‘가정’과 ‘폭력’은, 병렬될 수 없는 일종의 이문 융합으로서 그 자체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가정 폭력은 아동 학대, 노인 학대 등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포괄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고, ‘아내 폭력’을 성 중립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

부부 폭력이나 배우자 학대는 가정 폭력의 성별 권력 관계를 모호하게 표현하여 ‘아내 폭력’을 상호 폭력의 양상인 것처럼 보고 있다. 매 맞는 아내는 한국 사회에서 ‘매’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 아랫사람에게 훈육의 차원에서 하는 조처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폭력 동기의 타당성을 인정하거나 부부의 서열을 정당화할 여지가 있다.

“남편은 만날 ‘나는 목을 조른 것이지 때린 것이 아니다. 내가 언제 너 팔뚝 같은 데 때렸냐? 너는 때리는 게 뭔지 모른다. 내가 때리면 그때 너는 최소 사망이다. 이건 안 때린 거다.” 그러면서 자기는 때린 적이 없대요. (35세, 주부, 고졸 여성)

‘구타하다’를 뜻하는 영어의 ‘batter’는 격렬하게 연타한다는 의미로 구타당한 상태(battered)는 두둘겨 맞아 찢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이처럼 구타는 물리적 폭력, 혹은 때리는 행위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을 조른 것이지 때린 것이 아니다’는 가해자의 주장 앞에서 피해 여성은 대응할 논리를 찾지 못한다. …

이처럼 ‘아내 폭력’은 강간, 성적 학대, 의처증, 남편의 경제적 통제 혹은 무능력, 집요한 협박, 알코올 남용, 시집 갈등, 유기적 성격의 외도, 폭언, 잠을 재우지 않음 따위의 언어적, 심리적, 육체적, 경제적, 성적, 정서적 폭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구타’나 ‘매’는 여성의 폭력 경험을 협소한 의미로 축소하게 된다. —아주 친밀한 폭력 1장 중.

여성 폭력의 일부:

여성 폭력은 성별 권력 관계의 일환으로서 시대와 문화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모두 가부장제의 보편적인 여성 통제라는 점에서 같다. 그러므로 ‘아내 폭력’은 가정 폭력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강간, 성매매, 포르노, 음란 전화, 성기 노출, 성희롱, 근친 상간, 마녀 사냥, 신부 화장, 아내 순사, 음핵 절개, 전족 같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한 형태이다. —아주 친밀한 폭력 3장 중.

2024 © ak